"죽을 때까지 가능한…" 의학계 보고
정력제 의지말고 뇌·혈관 건강 유지를
/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70대 노인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 '죽어도 좋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성관계를 즐길 체력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인류의 화두가 2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수'와 '섹스'다.
진시황의 불로초나 서양 연금술사의 불로장생비법, 정력제와 비아그라의 폭발적인 증가는 장수와 성관계에 대한 강렬한 관심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그야말로 장수하는 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고 장수와 함께 삶의 질을 중요시하게 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중에 섹스만한 것이 없다.
노화는 성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적 반응이 와도 쉽게 반응하지 않는 것. 남성을 발기하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보다 더 강한 자극과 시간이 필요하며 발기가 돼도 크기와 강직도가 떨어진다. 또한 남성호르몬이 떨어져서 성적관심이 줄어들고 정액량이 적어지며, 자연발기가 없어지기도 한다.
◆죽을 때까지 가능한 성관계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까지 성관계가 가능할까. 다시 말해서 섹스의 정년은 몇 살인가 하는 문제이다. 여기에 대해 가장 '고무적인' 답변을 제시한 사람은 미국의 성과학자인 알렉산더 박사다. 그는 "사람은 100세까지도 섹스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 성반응 연구로 유명한 마스터즈 박사 역시 "80세가 넘어도 성생활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시하마 아쓰미라는 일본의 산부인과 의사가 1970년 노인 400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가 75세까지 적어도 한달에 한두 번 정도 성관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본의 평균수명이 75세 전후였음을 생각할 때 문자 그대로 '죽을 때까지' 가능한 것이 성생활이다.
성관계는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노인의 규칙적인 성생활은 음경퇴화를 늦춰 발기부전을 예방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키며 고환위축을 예방해 준다. 또 남녀 모두 뇌를 자극해 노화와 치매, 건망증 등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성행위시 뇌에서 분비되는 엔도르핀은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관계 횟수와 수명은 정비례한다.
섹스를 많이 할수록 오래 산다는 것이 현대의학의 견해다. 성관계를 즐길 체력이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고, 건강하면 오래 사는 게 당연하다는 정도의 상식론이 아니다.
영국에서 10년간에 걸친 추적조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의학전문지에 발표된 바 있는 이 실험은 45∼49세의 남성을 대상으로 주 2회 이상의 성관계를 하는 남성과 월 1회도 하지 않는 남성쪽의 사망률을 비교해 본 결과 전자에 비해 후자의 사망률이 약 두배나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뇌와 혈관, 자율신경 건강유지해야 늙어서도 즐길 수 있어
섹스를 평생 가능토록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발기력을 관리해야 한다. 발기력의 관리는 정력제, 발기치료제 등을 복용하지 않고서도 꾸준히 뇌·혈관·자율신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나이와 관계없이 언제나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것이 성의학계의 최신 이론이다.
이는 섹스를 관장하는 총사령탑이 하반신이 아니라 뇌임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성호르몬은 뇌에서 분비되고, 성욕도 뇌에서 불을 댕기고, 성감 역시 뇌에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도 성관계를 즐길 수 있으려면 성기에 집착하지 말고 뇌와 혈관, 자율신경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각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기능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 성기능 개선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치료약물의 개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경구용 약물로 치료를 하거나 자가주입법을 이용한다. 성교 횟수가 비교적 잦은 40∼50대에는 먹는 약을 처방하는 것이 좋지만. 60대 이후 고연령층에는 자가 주사법이 더 효과적이다.
이영진 대구 코넬비뇨기과 원장은 "밤에 충실하면 장수와 섹스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며 "값비싼 보약과 영양제보다 규칙적으로 성관계를 즐기는 것이 더 좋은 명약이 될 수 있다. 죽을 때까지 가능한 것이 성관계"라고 말했다.